[스케일업 x 대구대 창업도약패키지] 스토리박스 (4)
스타트업 '스토리박스'의 핵심은 무인보관함이다. 이것 없이 스토리박스의 비즈니스 모델 자체를 논할 수 없다. 지난 기사에서 황현청 인사이터스 대표가 언급했듯, 스토리박스는 무인보관함 때문에 아파트 단지와 오피스텔을 중심으로 지역 기반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했다. 무인보관함이 제공하는 물류 효율성과 고객대응 유연성, 수거와 배송 물류의 효율성, 자체세탁공장의 안정적 품질과 생산성 등 장점을 통해 지금의 스토리박스로 성장할 수 있었다.
김형욱 스토리박스 대표 생각도 같다. 무인보관함을 하나의 거점으로 활용해 다양한 편의 서비스를 제공했다. 사실 창업 당시만 해도 김 대표는 '누군가 귀찮은 빨래를 대신해줬으면 좋겠다'라는 막연한 생각 하나밖에 없었다. 그러다 무인보관함을 개발/판매하는 위키박스를 만난 뒤, 아이디어 단계에 머물렀던 ‘생각’을 사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었다.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서울 영등포구, 구로구 주변 2400가구 아파트와 오피스텔에 설치한 무인보관함을 거점으로 세탁 서비스를 시작, 무인보관함과 세탁소를 연결하는 현장 물류 효율성을 찾았다. 이어서 기존 세탁소를 인수, 안정적인 품질과 생산성을 책임지기 시작했다.
코로나19로 단절된 일상.."세탁물이 줄었어요"
지금 우리는 만나기 어렵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이하 코로나19)때문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일상의 단절로 이어졌다. 이는 곧 비대면 서비스의 활성화로 이어졌다. 만날 수 없다는 아니, 만나지 말아야 하는 상황의 연속은 서로를 대신 연결해줄 무언가가 필요해졌다. 이는 곧 배달 주문의 폭발적 증가로 이어졌다.
스토리박스 김 대표도 그렇게 예상했다. 무인보관함이라는 비대면 수단. 주문량이 늘어날 것이라 예상했다. 실제로 코로나19 발생 초기 이후 약 반년간 주문 건수는 조금씩 늘었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가 오히려 발목을 잡았다. 이유가 무엇일까.
"세탁소마다 상황은 다르지만, 대부분의 세탁소 물량은 코로나19전과 비교해 절반 수준입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세탁물이 줄었어요. 사회적 거리두기로 재택근무, 온라인수업(재택수업)이 늘어나면서 밖으로 나오는 사람이 없죠. 그만큼 세탁할 옷도 없어진 겁니다."
맞다. 지난 1년간의 기억을 더듬었다. 기자 역시 악화일로의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미팅과 세미나, 기자간담회 등의 일정은 스케줄표에서 사라졌다. 화상회의, 온라인 미팅, 온라인 기자간담회… 심지어 전시회도 온라인으로 열렸다. 현실, 오프라인의 단절은 온라인 속 만남으로 대체되었다. 밖으로 나가는 일이 줄었다. 언젠가부터 세탁기를 돌리는 횟수도 줄었다.
"세탁공장의 경우 물량이 적으니 오전에만 일하는 곳도 늘고 있습니다. 세탁소에 각종 부자재(세탁세제, 첨가제, 전처리제, 얼룩제거제 등)를 납품하는 업체들도 기존과 비교해 40~50% 물량이 줄었다고 합니다. 우리와 함께 운동화 세탁 서비스를 제공하는 협력업체도 작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네요."
‘아차’싶었다.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서비스는 대부분 활성화될 것이라 생각했었다. 스토리박스의 세탁 서비스는 무인보관함을 활용한 비대면 서비스다. 당연히 주문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치 않다. 세탁물 자체가 줄어들 것이라는, 지극히 당연한 상황을 예측하지 못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상했던 상황보다 많이 나쁘지 않다는 점입니다. 남들보다 피해가 조금 덜하다는 뜻이기도 하네요. 좋아해야 하는 할 일인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김형욱 대표 얼굴에 무척 쓴 웃음이 스쳐 지나갔다.
착실하게 준비하고 있는 거점 확보 전략
김 대표가 스토리박스 비즈니스모델을 바탕으로 실행하고 있는 사업 고도화에 대해 설명했다.
"세탁공장과 세탁 배송 서비스, 세탁편의점으로 비즈니스모델 고도화를 정한 뒤, 프랜차이즈 확보를 위한 유니트샵(세탁공장 + 세탁편의점) 오픈을 앞두고 있습니다. 서울시 관악구 조원동에 실평수 41평 규모인데요. 오는 12월 20일 오픈할 예정입니다. 지금 한창 공사 중이에요."
쉽게 말해 ‘빨래방’이다. 1인 가구 증가에 따라 꾸준한 빨래방 수요에 대응한 스토리박스만의 모델이다. 빨래방에 무인보관함을 설치, 드라이크리닝이나 옷 수선, 운동화 세탁 등을 물류로 모아와 한 곳(세탁공장)에서 처리하는 서비스다. 각 거점(프랜차이즈 빨래방, 무인보관함 등)에서 모은 세탁물을 대량으로 처리할 수 있는 유니트샵 오픈을 목전에 두고 있다.
관악구에 준비하고 있는 유니트샵은 최소 하루 1000벌(이불, 옷 등)을 세탁할 수 있다. 기 운영 중인 직영 매장(세탁소) 2곳(신길 센트럴 아이파크 지점, 보라매 SK뷰 지점)과 연계해 더 많은 물량을 처리할 수 있는 유니트샵이다. 대형 세탁공장 바로 아래 단계의 중간 거점 역할을 한다. 한단계씩 영역을 넓혀가는 전략이다.
“내년부터 세탁방+무인보관함 형태의 프랜차이즈를 모집할 예정입니다. 이에 유니트샵을 - 중간 거점을 - 먼저 준비하고 있습니다. 근처에 무인보관함 설치도 예정되어 있고…, 지난 경험으로 쌓은 데이터에 따라 확장하는 중입니다.”
작지만 확실한 걸음을 걷기 위한 전략이다. 안정적인 성장. 스토리박스가 제공하는 세탁 서비스는 결국 고객과 만나는 거점(프랜차이즈 세탁방, 무인보관함 등)이 늘어야 하고, 거점을 통해 들어오는 세탁물을 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 즉, 지난 경험으로 쌓은 데이터를 토대로 기존 세탁소보다 더 많은 물량을 처리할 수 있는 유니트샵을 준비, 안정적으로 영역을 넓혀간다는 전략이다.
쉽지만은 않았다.
“우리가 분석한 데이터는 확실했습니다. 다만, 자금이 필요했어요. 유니트샵을 오픈하기 위한 자금이…. 신용보증기금(이하 신보)을 찾아갔습니다. 총 3번을 찾아갔어요(웃음). 직접 투자도 꽤 했고. 제 모든 것을 넣은 기분입니다.”
신보 자금 결정 역시 쉽지 않았다. 심사를 거쳐 몇 번의 거절도 받았고. 여러 지점을 찾아 발품 팔아가며 열심히 설명했다. 다행히 사업성을 인정받았고, 유니트샵 오픈 자금을 마련할 수 있었다. 김 대표는 “미친 듯이 뛰어다녔다”라는 말로 지난 과정을 설명했다.
내부 인력 교체 및 정비도 이어졌다. 현재 스토리박스는 김 대표를 포함 총 7명. 새탁 수선 담당 1명, 배송기사 1명, 세탁 담당 1명, 행정/홍보 1명, 세탁 검수 2명이다. 김 대표는 “지난 5월 BEP를 맞춘 뒤부터 모든 자금은 유니트샵에 올인했습니다. 이제 조금만 더, 이 기간을 넘기면 될 것 같아요.”라고 했다.
좋은 인연도 만났다. 곧 오픈할 유니트샵 임대인이다. 임대인 아들이 대학교 교수인데, 건물 지하에 스마트팜을 운영할 계획이란다. 1층에 스토리박스 유니트샵 오픈 후, 2층에는 공유주방이 곧 오픈할 예정이다. 어느 순간, 마치 스타트업이 모여 있는 공간처럼 변모했다.
“조금이라도 임대 비용을 줄이기 위해 여러 번 찾아가서 얘기했어요. 우리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셨습니다. 사정도 이해해주셨고…. 짠 것처럼 시기를 맞춰 신보 심사도 통과했고, (유니트샵) 위치도 아주 좋습니다. 저희가 원하는 지역이었어요. 세탁 물류를 상하차할 수 있는 주차 공간도 충분하고, 뭔가 맞아가는 느낌입니다. 이제 또 뛸 일만 남은 것 같아요. 앞으로도 우리 스토리박스의 이야기 많이 들려드리겠습니다.”
여전했다. 김형욱 대표는 1년 전 처음 만났을 때, 추운 겨울 패딩점퍼를 입고 무인보관함을 돌며 세탁물을 수거했다. 몇 개월 뒤 세탁소를 인수했고, 이제 프랜차이즈로 한단계 더 넓히려고 한다. 오픈한다는 유니트샵 사진 좀 달라는 요청에, 확인한 김 대표의 휴대폰 사진보관함 속에는 세탁물 사진만 한가득이다. 필자는 기억한다. 1년 전에도 김 대표의 휴대전화 사진보관함에는, 세탁물 사진만 가득했다는 것을.
앞으로도 스토리박스에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한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