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눈으로 보는 색상은 모니터를 통해 보는 색상과 조금 다르다. 아날로그 정보인 빛(색)을 디지털 정보로 변환하면 색 정보가 일부 달라지거나 손실되는데, 때문에 모니터 등의 출력장치에 색을 표현할 수 있는 범위가 정해져 있다. 만약 그렇지 않으면 출력장치마다 같은 색을 다르게 표현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색 범위 정해 놓은 표준이 색 공간(Color Space)이다. 색 공간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DSLR 카메라에 주로 사용하는 색 공간은 'sRGB'와 'Adobe RGB'다.
sRGB는 1996년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와 HP가 협력해 만든 모니터 및 프린터 표준 색 공간이다. 현재 대부분 모니터는 이 sRGB를 기준으로 제작되며 우리가 웹에서 보는 이미지도 sRGB다. 이와 달리 Adobe RGB는 포토샵 등으로 유명한 Adobe(어도비)가 만든 색 공간 규약으로, sRGB보다 더욱 풍부한 색상 영역을 표현할 수 있다(특히 녹색). 또한, 잉크 인쇄용 표준인 CMYK(청록색, 자홍색, 노란색, 검은색)와 거의 일치하기 때문에 서적 등의 인쇄물용 사진에 주로 사용한다. 일부 전문가용 모니터도 Adobe RGB를 지원한다.
이론상으로 Adobe RGB가 훨씬 풍부한 색상을 표현하기 때문에 더 우월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대부분 모니터의 색 공간은 sRGB를 채택하고 있으며, 웹에서 사용하는 표준 색 공간 또한 sRGB다. 찍은 사진을 모니터로만 보거나 단순히 블로그, SNS 등에 게시할 목적이라면 sRGB가 더 좋다는 말이다. 아래 사진은 필자가 Raw 포맷으로 촬영 후 sRGB와 Adobe RGB로 각각 변환한 사진이다. 이 사진들을 윈도 기본 이미지 뷰어로 열어 캡처 하니 두 사진의 차이가 확실히 보인다. 필자의 모니터는 Adobe RGB를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오른쪽 사진이 약간 색이 빠진듯한 느낌을 준다. 반면 sRGB사진은 색이 선명하다.
참고로 Adobe RGB 파일을 포토샵으로 불러오면 sRGB와 비슷한 색상으로 나타난다. 이는 포토샵이 Adobe RGB를 지원하기 때문이다. 다만 모니터가 sRGB 모니터기 때문에 진짜 Adobe RGB 색상이 아닌 sRGB에 최적화된 색상으로 나타난다. 또한, 이를 파일로 출력하면 위 사진처럼 색이 빠진 듯한(채도가 낮은)결과물이 나오니, 사진을 웹이나 모니터에서 보려면 sRGB로 변환해 출력해야 한다.
포토샵에서 sRGB로 출력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웹 및 장치용으로 저장'을 선택해 sRGB로 변환 버튼을 누르는 것이다.
Adobe RGB는 계륵?
앞서 말한 것처럼 사진을 웹이나 일반 모니터로 보려면 sRGB가 유리하다. 하지만 이 말이 카메라 설정을 sRGB로 맞춰 촬영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실제로 Adobe RGB가 (일반 모니터로는 볼 수 없지만)색상 정보가 많아 포토샵 작업 등 후보정을 전제로 할 경우 유리하다. 또한, 사진을 인쇄할 경우 CMYK와 유사한 색상을 표현할 수 있는 Adobe RGB로 촬영한 사진이라야 원래 색상과 가장 비슷한 색상으로 나타난다(단 Adobe RGB 방식을 지원하지 않는 인쇄도 있으니 주의).
어떤 색 공간으로 찍어야 하나?
결론부터 말하면 '개인취향'이다. 찍은 사진을 보정작업 없이 바로 웹에 게시하거나, 인화하지 않고 모니터로 보는 스타일이라면 sRGB가 훨씬 편리하다.
반면, 필자는 Adobe RGB를 선호한다. 포토샵 등으로 사진을 보면 일반 모니터에서도 비교적 선명한 사진을 볼 수 있고, 최근에는 색상을 Adobe RGB에 가깝게 표시할 수 있는 광색역 모니터도 많이 출시되고 있다. 아래 사진은 포토샵에서 Adobe RGB 사진과 sRGB사진을 불러온 것이다. 앞서 일반 뷰어로 본 것과 비교해 Adobe RGB 쪽 색 손실이 적은 것을 볼 수 있다.
무엇보다 sRGB로 바꾸는 것이 어렵지 않다. 보통 DSLR로 찍은 사진을 웹에 사진을 게시할 경우 리사이즈(사진 크기 및 용량을 줄임)하는 일이 많은데, 이때 sRGB로 변환해 저장하면 될 일이다. 훗날 사진을 인화할 일이 있거나, Adobe RGB 지원 모니터가 보편화될 경우를 생각하더라도 색 정보를 더 많이 담고 있는 사진이 좋지 않겠는가?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