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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강의실] 움직이고 소리나는 옥외광고 - 디지털 사이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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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어로 보는 IT 2015 개정판] 2054년을 배경으로 한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는 홍채 인식으로 행인의 신원을 파악한 후 그에 맞는 개별 맞춤형 광고를 제공하는 옥외광고판이 등장한다. 예를 들어 30대 남성이 지나갈 때 광고판은 그가 좋아하는 맥주 광고나 관심을 보였던 자동차 광고를 내보낸다. 이러한 맞춤 광고를 통해 기업은 광고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으며, 소비자는 무분별한 광고 공해에서 벗어나 필요한 정보만 얻을 수 있다. 그야말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똑똑한 옥외광고다. 물론 먼 미래의 이야기이지만 요즘 광고 시장에서 각광 받고 있는 디지털 사이니지(Digital Signage)를 통해 [마이너리티 리포트]의장면들을 연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다면, 디지털 사이니지란 무엇일까?

디지털 사이니지

<디지털 사이니지란 디지털 정보 디스플레이를 이용한 옥외광고를 일컫는 말이다. 출처: anewtech.net>

디지털 사이니지란 무엇일까?

디지털 사이니지(Digital Signage)란 디지털 정보 디스플레이(digital information display, DID)를 이용한 옥외광고로, 관제센터에서 통신망을 통해 광고 내용을 제어할 수 있는 광고판을 말한다. 지하철 역사, 버스정류장, 아파트 엘리베이터, 은행 등 유동구가 많은 곳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현재는 단순히 동영상 형태에 소리를 곁들인 광고를 시간대별로 번갈아 노출하는 형식이 대부분이지만, 향후에는 모션인식이나 NFC(근거리무선통신) 등을 이용해 사용자와 쌍방향으로 통신하는 형식으로 점차 옮겨갈 전망이다. TV, 인터넷, 모바일에 이어 제 4의 미디어로 주목받고 있다.

영화 속 디지털 사이니지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한 장면.옥외광고판을 통해 개인맞춤형 광고가 제공된다>

디지털 사이니지의 유형

아웃도어 디지털 사이니지

현재 가장 흔한 디지털 사이니지의 유형 중 하나는 건물 외벽이나 전광판에 설치된 아웃도어 디지털 사이니지다. 방수처리된 대형 LCD TV에서 TV CF와 비슷한 동영상 광고나 실시간 뉴스를 다룬다. 보통 중앙관제센터의 PC와 인터넷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이 PC에서 광고 교체 명령을 내리게 된다. 쌍방향 소통과는 거리가 먼 원시적인 형태지만, 일반 옥외광고처럼 사람이 광고를 일일이 교체할 필요가 없고 보는 재미가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건물 전체를 하나의 대형 디스플레이로 활용하는 미디어 파사드(media Façade)도 이 중 하나다. 미디어 파사드는 건물 외벽에 수천 개에서 수만 개의 LED 조명을 부착해 하나의 대형 전광판을 만들거나, 벽면에 빔 프로젝터로 영상을 투사해 만든다. 압구정 갤러리아 백화점, 시청역 삼성화재빌딩, 서울역 서울스퀘어 등이 대표적이다.

서울스퀘어에 설치된 디지털 사이니지

<서울스퀘어. 건물 전체를 하나의 대형 디스플레이로 활용하는 미디어 파사드 역시 디지털 사이니지의 종류 중 하나다>

인도어 디지털 사이니지

대형 쇼핑몰 내벽에 설치하거나 입간판 형태로 만든 작은 디지털 사이니지도 있다. 단순히 아웃도어 디지털 사이니지의 크기만 줄인 미니 버전인 경우가 많지만, 터치스크린 방식의 키오스크(kiosk)를 채용해 사용자와의 적극적인 의사소통을 노리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레스토랑 앞에 설치된 제휴카드 할인쿠폰 발급기나, 지하철 관련정보는 물론이고 인터넷전화까지 쓸 수 있는 지하철 '디지털뷰'가 여기에 해당한다. 최근에는 디지털 사이니지를 적용한 버스정류장도 늘어나는 추세다.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광고판처럼 얼굴을 인식하는 디지털 사이니지도 등장했다. 일본에서는 행인의 얼굴을 카메라로 인식해 성별 및 나이대에 맞는 광고를 보여주는 디지털 사이니지가 상용화 단계에 놓여 있다. 글로벌 IT업체 인텔도 행인의 나이, 성별, 광고 주시 시간을 측정하는 디지털 사이니지 기술을 개발중이다.

인도어 디지털 사이니지

<아직까지 디지털 사이니지는 제한된 기능을 제공하고 있지만, 개인인식 및 광범위한 상호작용을 수행할 수 있는 디지털 사이니지 기술이 개발되고 있는 중이다>

시선을 사로잡으며 효과 극대화하는 '3차원 광고'

다양한 디지털 사이니지가 있지만 대부분 평면 화면으로 구성되기에 화려하지 않으면 행인들의 관심도가 낮을 수 있다. 미디어 파사드처럼 건물 전체에 화면을 비춰 화려한 영상을 상영하는 것이 아니라면 대부분 잠깐 지나치고 마는게 사실이다. 하지만 한정된 매체에서 행인의 발길을 붙잡고 광고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노력도 있다.

3차원 광고가 이런 노력의 산물 중 하나다. 3D 디스플레이에 영상을 재생해 눈길을 사로잡거나 증강현실(AR)을 활용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특정한 공간에 프로젝터와 카메라 등을 설치하고 사람의 움직임을 인지해 입체적으로 표기하기도 한다.

3D 광고의 특징은 별도의 장치 없이도 경험할 수 있다는 것. 과거 유행했던 3D 영상에서는 입체적 효과를 극대화하는 편광 안경을 쓰고 시청해야 했지만, 최근에는 안경을 쓰지 않고도 디스플레이 자체에서 3D 재생(무안경 3D 디스플레이)이 가능해졌다. 이는 지나는 행인들에게 3D 안경을 착용하도록 강요할 수 없기 때문인데, 자체적으로 3D 효과를 제공함으로써 시각적 자극과 광고 효과를 노릴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3D 입체영상을 활용한 야외광고에 대한 연구 관련 논의가 조금씩 이뤄지고 있다.

3D 외에도 증강현실을 활용한 광고도 있다. 스마트폰이 보편화되면서 이를 활용하고자 한 것이다. 지난 2009년 레고는 미국 내 일부 매장에 설치된 키오스크에 증강현실을 도입해 소비자의 호응을 얻어낸 바 있다. '레고 디지털 박스'로 알려진 이 키오스크는 소비자가 레고 박스를 키오스크 상단의 카메라에 비추면 실제 조립된 형태의 레고 모형이 연출됐다.

홀로그램 방식도 좋은 홍보효과를 노릴 수 있는 수단 중 하나로 부상했다. 실제 공간에 영상을 쏴 물체를 투영하는 방식인데, 아직 기술적 한계가 있어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아직은 바닥이나 벽에 화면을 띄우고 곳곳에 설치된 카메라를 활용해 행인들과 소통하는 수준. 하지만 삼성, LG 등 국내 기업 및 외국 기업들이 화면을 터치하지 않고 손가락이나 펜 등을 인식해 명령을 내리는 '3차원 공간 터치' 또는 '플로팅 터치' 기술을 꾸준히 개발하고 있다.

레고 디지털 박스

<미국 일부 매장에 설치됐던 [레고 디지털 박스]. 레고 박스를 카메라에 대면 완성된 모형을 보여줘 좋은 반응을 얻었다. 디지털 사이니지에 증강현실을 도입한 좋은 예다>

디지털 사이니지의 성장세, 관련 법안은 미진

시장조사기관 ABI리서치는 전세계 디지털 사이니지 시장이 2016년까지 45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에서도 국내 디지털 사이니지 시장 규모가 2014년 1조 9,000억 원에서 매년 13.4%씩 성장해 2020년에는 4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렇게 국내에서 옥외광고 성장세 대부분을 디지털 사이니지가 주도하고 있다. 삼성과 LG도 디지털 사이니지에 주목하고 제품 개발에 힘을 쏟는 중이다.

하지만 관련법은 다소 미진한 상황이다. 디지털 사이니지에 관한 별도의 법이나 제도가 없어서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에 따라야 한다. 일반적인 간판이나 벽보와 동일한 취급을 받는 셈이다. 이 때문에 기능에 제한을 받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 불법광고물 취급을 받기도 한다. 디지털 사이니지가 난립하면 도시 미관을 해치고 빛공해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강남대로의 디지털 사이니지

<강남대로에 설치된 디지털 사이니지 플랫폼, 미디어 폴. 전세계 디지털 사이니지 시장은 2016년까지 45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출처: mediapole.or.kr>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방자치단체들은 조례를 따로 만들거나 옥외광고물이 아닌 공공시설물로 허가를 받는 편법을 동원한다. 예를 들면 강남역 근처에 설치된 광고탑 '미디어 폴'은 가로등으로 등록됐으며, 지하철의 디지털뷰는 공중전화로 등록됐다. 이에 디지털 사이니지 관련업체들은 기술 표준화와 관련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광고물 분류에 [디지털 광고물] 조항을 신설한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 개정안을 행정자치부가 지난 2014년 10월 국회에 제출했지만 여전히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

본 기사는 네이버캐스트(http://navercast.naver.com/)의 '용어로 보는 IT' 코너에도 함께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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