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강일용 기자]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사용하다 보면 꺼둔 블루투스 기능이 사용자 모르게 다시 활성화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기자도 그런 경험을 한 사용자입니다. 왜 그런 걸까요? 이번 주 애정남은 이러한 기자의 궁금증에 스스로 답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많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가 배터리 사용시간을 늘리기 위해 스마트폰의 기능 가운데 일부를 꺼두곤 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블루투스 기능입니다. 스마트폰에 주변기기를 연결할 때를 제외하면 사용할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죠. 그런데 스마트폰을 사용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블루투스 기능이 다시 활성화되어 눈살을 찌뿌리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내 스마트폰에 문제가 생긴건 아닐까? 이런 걱정 때문에 많은 사용자들이 스트레스를 받거나 A/S 센터를 방문하곤 합니다.
블루투스 기능이 강제로 활성화되는 이유가 뭘까요? 정말 내 스마트폰이 고장난 걸까요?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스마트폰이 고장난 것은 아닙니다. '스마트폰에 설치된 앱 가운데 블루투스 기능에 접근할 수 있는 앱이 블루투스 기능을 강제로 활성화시킨 것'입니다. 안드로이드 앱 권한(App Permission) 가운데 '블루투스 기기와 페어링(블루투스 설정)'이라는 권한이 있습니다. 이 권한을 가진 앱은 사용자가 블루투스를 꺼놔도 블루투스 기능을 다시 활성화시킬 수 있습니다.
<앱을 설치할 때 블루투스 연결 정보 권한을 요구하는 앱은 스마트폰의 블루투스를 강제로 활성화시킬 수 있다>
이 앱들은 왜 블루투스 기능을 다시 활성화시키는 걸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사용자의 스마트폰과 다른 기기를 연결하기 위해서입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블루투스 비콘이 사용자의 위치를 인식하기 위해 스마트폰에 신호를 보내는 경우입니다. 블루투스 비콘이란 블루투스 신호를 활용해 사용자의 위치를 파악하는 기술입니다. 사용자의 위치와 동선을 파악한 후 사용자의 위치와 동선에 맞는 정보를 스마트폰에 전송해줍니다. 사용자가 의류 매장에 가서 특정 의상 앞에 서면, 가격과 같은 해당 의상의 구체적인 정보와 해당 의상을 입은 모델의 사진을 문자 메시지로 전송해주는 등 주로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활용되고 있습니다. 우리 삶에 편리함을 더해주는 기술이죠.
또 다른 사례가 스마트 시계, 스마트 팔찌 같이 블루투스 연결(페어링)이 필수인 액세서리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 스마트폰에 신호를 보내는 경우입니다. 스마트폰과 멀리 떨어지거나, 배터리가 다 소모되어 연결이 끊어지더라도 추후 다시 연결할 수 있는 상태가 되면 스마트폰과 다시 연결되기 위해 스마트폰의 블루투스 기능을 강제로 깨우는 것입니다.
<설정 > 앱 관리 > 앱 정보에 들어가면 스마트폰에 설치된 앱이 어떤 권한을 요구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앱이 블루투스 비콘과 블루투스 액세서리의 신호를 받아 스마트폰의 블루투스 기능을 강제로 켜는 걸까요? 정말 많은 앱이 블루투스를 강제로 켜는 기능을 갖고 있지만, 사용자들이 자주 사용하는 앱 가운데 대표적인 것으로 네이버 지도, 시럽 월렛(Syrup Wallet), 삼성 기어 매니저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이쯤에서 사용자들은 불만이 생길겁니다. 왜 멋대로 블루투스 기능을 강제로 활성화시켜 스마트폰의 배터리 사용시간을 줄이는 거죠? 게다가 사용자가 의도하지도 않은 조작을 강제로 하는 만큼 사용자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처사로 이해될 수도 있습니다.
뭐 여기에는 나름 합리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블루투스 기능을 켜놔도 배터리 사용시간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현재 스마트폰에 널리 사용되는 블루투스 버전은 4.1입니다. 블루투스 4.1은 다른 기기와 연결하더라도 1.5~2mW의 전력밖에 소모하지 않습니다. 스마트폰 전체 전력소모에 비하면 극히 미미한 수준입니다. 한 번 충전으로 9시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은 블루투스를 켜놔도 배터리 사용시간이 9시간에서 큰 변화가 없다는 뜻이지요.
때문에 구글은 처음 안드로이드 앱을 설치할 때 블루투스 기능에 접근하는 것을 허락하면, 앱이 사용자에게 활성화 여부를 묻지 않고 블루투스 기능을 강제로 활성화시킬 수 있도록 했습니다. 반면 전력 소모가 심한 와이파이(Wi-Fi), 위치(GPS) 정보는 처음 앱을 설치할 때 앱이 접근하는 것을 허락하더라도 추후 다시 활성화 여부를 묻도록 강제했습니다.
<와이파이 또는 위치(GPS)는 앱이 강제로 활성화시키는 것이 불가능하고 사용자가 직접 활성화해야 한다>
그래도 문제는 문제입니다. 비록 전력 소모가 적더라도 엄밀히 말해 블루투스도 데이터를 주고받는 기술입니다. 블루투스 비콘이나 액세서리가 해킹당하면 여기에 연결된 사용자의 스마트폰도 해킹당할 가능성이 적게나마 존재합니다. 실제로 이러한 블루투스 해킹 기법이 문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사용자의 의지와 관계 없이 블루투스를 강제로 활성화시키는 것은 금지되어야 합니다. 다행히 최신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 6.0 마시멜로'는 특정 앱의 앱 권한을 사용자가 제어할 수 있는 기능이 추가되었습니다. 앱 설정에 들어가 블루투스를 강제로 활성화시키는 앱의 '블루투스 기기와 페어링' 권한을 제한하면 블루투스가 강제로 활성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 마시멜로로 운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안드로이드 5.0 이하 버전을 사용 중이라면 어떤 앱이 내 스마트폰의 블루투스 기능을 강제로 켜는지 찾은 후 해당 앱 내부 설정에 들어가 '블루투스를 자동으로 켜는 것을 끄는 옵션'이나 '(블루투스를 강제로 켜는) O2O 서비스를 끄는 옵션'을 활성화하면 됩니다. 만약 해당 앱이 이러한 옵션을 제공하지 않는다면 해당 앱을 삭제해야 블루투스가 강제로 켜지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라면 잊지 말고 기억해 두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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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보기: [IT강의실] 무선 세계를 통일하려는 '푸른 이빨' 블루투스 - http://it.donga.com/22106/
* 구글과 IT동아가 함께하는 '안드로이드 필수 앱 사용법과 추천 앱 모음' 무료 강의에 초대합니다 - http://onoffmix.com/event/57837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