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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에 게임만 있냐고? 시장은 이제 대중화 초입에 있다 [쉐어박스 BM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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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일업x 대구대 창업도약패키지] 쉐어박스 (2)

VR 콘텐츠, 성장할 수 있을까?

기술에 무지하고도 무심한 필자는 인공지능(AI)이나 자율 주행 같은 첨단스럽고 세련된 기술을 보더라도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편이다. 가상현실(VR) 또한 마찬가지라서 게임이나 성인물을 만들면 모를까 VR을 산업이나 교육에 적용하기에는 손이 많이 가고 돈도 많이 드는 노동집약적 기술 정도로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변방의 무식자인 필자에게 무언가가 툭 하고 나타났다. 바로 구글의 '틸트 브러시(Tilt Brush)'라는 신묘한 것이다.

출처: 틸트 브러시

틸트 브러시는 3D 페인팅 VR 소프트웨어다. 3차원 공간에 붓으로 그림을 그리듯 입체적 이미지를 구현한다. 이 모습을 보고 VR의 가능성에 대해 다시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게임과 성인물을 넘어 교육과 예술은 물론 의료, 엔지니어링 등 모든 산업에 VR을 적용할 수 있을 거라 예상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 영상을 처음 본 지 3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 일상에서 VR이 체감되는 부분은 없다. 그나마 눈에 띄던 VR 게임방마저도 코로나19 영향으로 폐업이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거시적인 시장규모도 많이 축소됐다. VR의 장밋빛 미래를 점치던 2016년, 영국 시장조사기관 디지캐피털은 2020년 전 세계 VR 시장규모가 700억 달러(약 79조 7600억 원)에 이를 거라고 예상했다. 지난해 발표 자료에 의하면 올해 VR 시장규모는 76억 달러(약 8조 6000억 원)에 불과하다.

그래픽: 홍지수

사실 디바이스의 폭넓은 확산을 이끄는 VR 킬러 콘텐츠가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 반대로, 위축되는 분위기가 더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지난해 10월 구글은 자사 VR 사업인 '데이드림 프로젝트'의 중단을 선언했다. 콘텐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던 영국 BBC는 VR 영상과 다큐, 자사 드라마 '닥터 후'를 이용한 게임 등을 출시하며 공격적인 행보를 보였으나 성과가 미미해 스튜디오를 폐쇄하기에 이르렀다.

구글의 데이드림 HMD '데이드림 뷰', 출처: 구글

국내의 경우 5G 네트워크 시대에 접어들며 통신 3사를 중심으로 VR 콘텐츠 및 플랫폼 공급 확대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SKT의 '점프 VR(Jump VR)', KT의 '슈퍼 VR(Super VR)' 등이 대표적이다. 해당 콘텐츠들은 VR 게임은 물론 e스포츠 중계,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통신 3사에 의해 국내 VR 이용자가 급격히 증가되고 있다는 발표는 없다. 코로나19로 인해 전체 게임 이용량이 증가했고 그에 따라 VR 게임 이용자 또한 증가했다는 것 정도가 좋은 소식이다.

SK텔레콤은 롤 챔피언스리그 코리아(LCK) 서머 결승전을 5G '점프 VR'을 통해 생중계한다고 밝혔다, 출처: SK텔레콤

VR 시장의 성장 속도가 기대보다는 느리지만, 미래의 성장성을 보고 VR의 가치 실현을 위해 수많은 스타트업이 도전하고 있다. 오늘의 주인공 쉐어박스도 그중 하나다. '우주야 놀자'라는 어린이 천문 교육용 VR 콘텐츠를 만드는 이 스타트업은, 실용음악을 전공했고 공연제작자의 길을 걷던 신연식 대표가 콘텐츠 기획자로서의 역량을 바탕으로 주도했다. '우주야 놀자'는 이 복잡다단한 시장에서 과연 성장할 수 있을까?

출처: 인사이터스

VR CNPD 생태계의 현주소

비디오, 게임기, 스마트폰이 그렇듯 VR도 '콘텐츠-네트워크-플랫폼-단말기(CNPD)' 구조로 생태계를 이룬다. CNPD 가치사슬은 공통적으로 킬러 콘텐츠가 디바이스의 폭발적 보급을 이끌고, 디바이스의 보급이 다시 콘텐츠와 애플리케이션의 증가로 선순환 되어 산업 전반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모습을 보인다. 과연 VR은 어느 단계에 와 있을까.

VR Ecosystem, 출처: 메리츠종금증권리서치센터

성장을 주도하는 킬러 콘텐츠는 있는가?

스케일업 쉐어박스 소개 기사에도 언급됐듯 밸브의 '하이라이프: 알릭스'는 출시 2개월 만에 1400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VR 게임 콘텐츠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오큘러스, HTC Vive와는 별도로 콘텐츠와 플랫폼, 디바이스까지 수직 통합된 VR 생태계를 꿈꾸는 소니 PS5의 경우 올해 생산량을 PS4 2배인 1000만 대를 생산한다는 정보가 있다. 그만큼 VR 생태계 규모는 성장할 것이다.

그렇다면 쉐어박스가 속한 교육 콘텐츠 분야는 어떨까? VR 콘텐츠 플랫폼, 오큘러스스토어에서 최다 판매된 50개 콘텐츠 중 게임 이외의 앱은 몇 개 찾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나마 교육용 가상체험을 제공하는 '완더'와 내셔널지오그래픽, 네이처 트랙스 등 3~4개가 50위권 안에 들어있다.

출처: 완더

출처: 내셔널 지오그래픽

VR 게임에서 디바이스인 HMD의 확장을 이끌만한 폭발력 있는 콘텐츠는 이제 막 등장하고 있다. 그 게임의 성공은 하드웨어 무게와 착용성, 그리고 가격 하락과 상승 작용을 일으켜 CNPD 생태계의 성장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이제 VR은 대중화의 초입에 와 있다.

교육용 VR 콘텐츠의 성공 요소

가보지 못하는 장소와 상황에 대한 가상체험 이외에, 보다 직접적인 교육 목적 VR 콘텐츠는 개발 노력이 다양하게 지속돼 왔다. 언어교육은 물론 의료(특히 해부학과 수술), 심지어 군사와 보안에 이르기까지 국내외를 막론하고 다양한 노력이 있었다.

VR 언어교육 앱 '몬들리 VR(Mondly VR), 출처: 몬들리 VR

주목할 만한 사례로 외과수술 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OSSO VR이 있다. OSSO VR은 2016년 팔로알토에서 설립된 스타트업으로 짧은 업력에도 불구하고 의료 훈련용, 특히 외과수술용 VR 콘텐츠를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이미 20개 이상의 대학병원과 11개 이상의 의료장비회사를 고객으로 확보했으며 총 1600만 달러의 투자 유치도 성공했다.

출처: OSSO VR

필자가 OSSO VR에 주목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바로 체험형 학습을 VR로 구현했다는 것이다. 우주, 심해, 분자, 생물 등 사람이 직접 볼 수 없는 세상을 가상 체험하게 해주는 것은 그동안 교육용 VR 콘텐츠의 주 분야였다. 이런 가상체험은 2D, 3D라고 해서 전혀 불가능한 건 아니다. 그러나 OSSO VR은 직접 보고 만지기 어려운 인체를 가상현실로 다룬 것은 물론 외과 수술 과정에서 인체를 직접 조작하고, 이에 따라 피사체가 반응하고, 그 반복된 상호반응에서 기술을 몸으로 체득하는 체험형 학습을 구현해냈다.

결국 성공적인 VR 콘텐츠는 두 가지가 핵심이다. 첫째로 가상체험은 2D, 3D와 확연히 달라야 한다. 둘째는 VR이 상호작용 특성을 이용한 교육 효과 상승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게임 이외의 VR 애플리케이션 중 시장의 호응을 받은 틸트 브러시, 드롭스: 리듬 가든(Drops: Rhythm Garden), 태극권 가이드Guidede Taichi) 등은 두 가지 핵심 요건을 갖추고 있다.

국내의 경우 교육부가 중심이 돼 스마트 가상체험 콘텐츠 개발과 현장 적용을 위한 다각적인 투자와 육성이 진행되고 있다. 자율 주행, 화상 탐사 등 가상체험에 적합한 VR 콘텐츠를 개발해 2017년부터 시범 운영 및 확산하고 있으며, 실감 교육 강화 차원에서 진로체험 영역의 VR/AR 콘텐츠 개발과 보급을 추진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국내 VR 콘텐츠 시장은 산업 생태계가 활성화되지 않았으므로 수익성은 낮을 수밖에 없고, 정부 차원에서는 미래 경쟁력을 위해 투자할 수밖에 없다. 정부 정책 지원의 낙수효과를 입어야만 생존이 가능한 것이 지금의 VR 교육 시장이다. 쉐어박스 입장에서 보면 교육시장을 우선 접근할 목표시장으로 삼는 것은 합리적인 선택이라 할 수 있다.

쉐어박스는 어떻게 성장해야 하는가?

별자리 학습이라는 천문교육시스템 '우주야 놀자'는 우주를 배경으로 태양계, 우주가 돌아가는 시스템, 인류의 우주에 대한 도전을 다룬다. 초등학생들이 실제 움직이는 행성과 혜성 그리고 스페이스X와 같은 인류의 도전을 실감 나게 즐길 수 있다. 문제는 앞서 말한 것처럼 시장이 준비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때 쉐어박스는 성장의 그림을 어떻게 그려야 할까?

디바이스 + 콘텐츠 번들 비즈니스 모델

초중고를 막론하고 VR을 활용한 교육에 대한 수요는 있다. 교육부 정책이기도 하고 일선 학교에서도 첨단 기술을 적용해 보다 효과적인 교육을 제공하는 데 관심이 높다. 문제는 VR 교육을 위한 인프라가 준비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에 쉐어박스는 HMD라는 하드웨어와 콘텐츠를 통합해 솔루션을 제공하려 준비 중이다. 특히 HMD는 초등학생이 조작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디바이스를 최대한 단순하게 만들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출처: 쉐어박스

학교 대상 VR 교육 콘텐츠 플랫폼으로 성장할 수 있다면

별자리 학습을 위한 VR 콘텐츠 그리고 HMD의 번들 모델로 시장 침투는 가능하겠으나 과연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할까? 전 세계적으로 더 우수한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출시될 것이고 HMD 또한 편의성이 더 높으면서도 가격경쟁력이 높은 제품이 나올 것이다. 쉐어박스는 지속성장의 비즈니스모델을 찾아야 한다. 필자는 쉐어박스의 또 다른 솔루션, '그룹 VR 클래스(Group VR Class)'에서 그 가능성을 찾을 수 있었다.

출처: 쉐어박스의 그룹 VR 클래스

VR을 활용한 교육을 한다는 것은 학생에게 HMD를 제공하고 콘텐츠를 송출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개인이 콘텐츠와 인터랙션이 일어나며 학생과 학생, 선생님과 학생 간의 인터랙션도 일어난다. 그 일련의 과정이 수업 내에서 효과적으로 수행되고 통제돼야 한다. 이 역할을 하는 것이 그룹 VR 클래스다. VR 도입에 따라 현장 교사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인프라인 것이다.

만약 쉐어박스가 별자리 학습이라는 콘텐츠와 HMD, 그리고 이를 컨트롤하는 그룹 VR 클래스를 일선 학교들이 경험한다면 어떨까. 쉐어박스가 여타 교육 솔루션 대비 보다 편리한 UI와 높은 교육 효과를 제공할 수 있다면 학교와 교육용 콘텐츠를 연결하는 플랫폼이 될 수 있다.

처음 쉐어박스를 만났을 때, 음악이자 공연기획자인 신연식 대표가 VR 시장에서 어떤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 컸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VR 또한 스토리텔링 방식의 하나일 뿐이다. 창작자로서, 연출자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좋은 콘텐츠를 기획하고 선별하며 공급할 수 있다면, 그리고 사업성이 불투명한 국내 VR 교육시장에서 선도적으로 움직여 콘텐츠와 학교를 연결하는 플랫폼을 구축한다면 쉐어박스의 미래가 보이지 않을까.

긴 글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아울러 쉐어박스의 성장과 협력에 관심 있는 분들의 많은 조언을 부탁드린다.

글 / 인사이터스컨설팅 황현철 대표, 전략 소설 '비즈니스 모델러' 저자
정리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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